동양화에서 해와 달을 그리지 않는 것은 '홍염烘染'이라는 원칙 또는 관념 때문입니다. 홍염이란 동양화에서 해와 달을 그릴 경우 직접 그리는 것이 아니라 해와 달 주변에 색을 칠해서 해와 달을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홍운탁월烘雲托月(구름으로 달을 드러낸다)'과 같은 뜻으로서 주위를 어둡게 색칠하여 달을 돋보이게 하는 방식 곧 다른 것을 빌려서 돋보이게 하고자 하는 대상을 한층 선명하게 표현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말해 주변을 통해 핵심에 도달하는 방법으로서, 대상을 직접 그리지 않지만 실제로는 대상을 더욱 부각시키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세상에서 말하는 '쓸모 있음'은 곧 '쓸모없음'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설파한 《장자》<서무귀>편을 회화적으로 반영한 느낌입니다.
발이 땅을 밟을 때는 밟는 범위가 작지만, 밟지 않은 땅이 있음을 믿고 비로소 널리 마음대로 걸을 수 있다. 사람의 지식이란 작지만 그가 알 수 없는 넓은 지식이 있음을 믿고 비로소 천도의 자연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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