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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들은 것들

- 동양에서눈이란그야말로겉으로드러나는사물의거죽, 즉 피상을 스치는 기관에 불과하다고 본다. 그만큼 눈은 불완전하다. 이에 반해 귀는 드러난 거죽의 속살, 현상의 이면을 헤아리는 기관이다. 한편 몸의 구조를 두고 볼 적엔, "귀가 순해졌다"를 달리 표현하자면 남의 말을 제대로 듣는 데 방해가 되었던 내 속의 장애물이 사라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남의 말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내 식대로 '오해'한다고 표현해도 좋을 것이다. 더보기
시각과 소유 르네상스 이후에 인간에게 지배적인 감각기관이 청각에서 시각으로 넘어가게 되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점은 기차의 발달이 시각적 자극을 극대화 시켰다는 것인데, 기차 유리창을 통해 청각 후각적 자극이 철저히 배제된 시각적 자극에 대한 경험이 큰 역할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프랑스어에서 보다는 voir 소유하다는 avoir 알다는 savoir라고 한다. 어원에서 미뤄보았을때 시각은 소유와 연결된다. 시각이 지배적인 감각이 된 이후 소유에 대한 욕망이 커진것은 이러한 관점에서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현대인은 자기가 경험한 시각적인 경험을 이미지로 소유하기를 원한다. 이는 SNS에서 쉽게 엿볼 수 있다. 너도나도 맛있어 보이는 음식, 멋진 장소에 대한 경험을 이미지화시켜 소유하고 자랑해대는 것이다. 나 조차도.. 더보기
-.- 결국 그런 일이 터져버렸고 우리는 빌미를 제공한 죄로 마냥 떳떳하지 못했다. 나는 남성의 욕구에 대한 통제의 부재는 당연시 여기면서, 성폭력 피해자인 여성들에게 왜 처신을 똑바로 못했냐는 둥의 비난을 던지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은 순간적인 욕망을 절제하지 못한 남자를 위한 변명 혹은 핑계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혼나면서 그런 식의 말을 들었다. 자신을 돌보면서 욕구를 조절하기 위한 수련을 하지 않는 평범한 남자의 경우에 누가 여성의 자극에 무덤덤 할수 있겠냐는 것. 그리고 나는 여전히 착한 여성이고 싶었기에 자기를 지키지 못한게 아니냐고. 그리고 젊은애가 운동을 하지 무슨 안마를 받고 있었냐고 덧붙이셨다. ㅋㅋㅋㅋ;; 말씀을 듣고 곰곰히 생각했다. 그렇다. 남자를 탓하고 있노라면 내가 .. 더보기
2014.3.23 동의보감 자신 스스로 존재에 대한 탐구없이 존재의 변화는 일어날 수 없다. 동의보감을 읽다보면 결국 수양해란 말 뿐이다. 대체 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데 왜 수양을 해야 하는가? 바로 나를 고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 뿐이기 때문이다. 착하다는 것은 도덕적 정언명령에 잘 따르는 자를 표현하는 말일뿐이다. 우리에게 유연해지는 기술이 필요하다. 여기서 유연성은 타자와의 접속하는 능력에서의 유연성을 말한다. 그의 생에 의지대로 살게, 상대의 잠재력을 발휘 할 수 있게 내버려 두는 것이 최고의 우정이다. 정체성을 버려라. 정체성을 가지면 행동에 한계를 짓게 된다. 가장 평범한 것이 가장 위대한 것. 평범하지 않고 위대할 수 없다. 어떤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 물과 밥처럼 자신을 탐구 공부하는 것.. 더보기
. 해방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선 그 자리를 해방의 공간으로 전환시키는 것- 이보다 더 혁명적인 실천은 없다. 더보기
Lily Allen - Hard over here 뿌리깊이 박혀있는 성상품화에 대한 일침 이기는 하지만 이것 또한 메세지를 떠나서는 시각을 자극하는 영상으로 전락할 수 있단 점. 더보기
정신적 노력 능숙한일일수록 거기에 투입되는 에너지의 양은 줄어든다. 수많은 두뇌 연구결과들은 특정행동과 관련된 활동패턴은 기술이 늘어나면서 두뇌 영역의 개입이 줄어드는 식으로 바뀐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재능도 비슷한 효과를 낸다. 같은 문제를 풀 때 똑똑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덜 노력한다. '최소노력의 법칙'은 인지적 신체적 노력에도 작용한다. 이 법칙에 따르면 똑같은 목표를 성취하는 몇가지 방법이 있을때, 사람들은 가장 힘들이지 않는 방법을 선호한다. 행동경제학 차원에서 보면 노력은 비용이며, 기술습득은 혜택과 비용의 균형에 의해 추진된다. 게으름은 우리 본성 깊숙이 박혀있다. 더보기
고통의향유 프리다칼로는 내가 고등학교 문학시간에 처음 접했던 화가다. 문학시간에 선생님이 무엇과 연관 지어 이 화가의 그림을 소개해 주셨던 건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때 보았던 그림이 오래도록 잊혀 지지 않고 기억 속에 남아있었다. 기존의 명화라고 알려진 그림들에만 익숙했던 나에게 프리다의 그림은 꽤나 인상 깊었다. 프리다의 그림 중에는 유독 자화상이 많았다. 내가 이전에 알고 있던 자화상이라고는 고흐의 뿐이었다. 고흐의 자화상도 화가의 정서나 인생의 한 장면을 보여준다는 점은 프리다의 자화상과 같은 맥락에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귀 자른 미술가를 그린 그림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프리다의 그림에서 나는 고흐의 자화상과는 달리 깊은 감명을 받았을까? 프리다의 그림은 그녀의 인생과 .. 더보기
존재의이유 동양화에서 해와 달을 그리지 않는 것은 '홍염烘染'이라는 원칙 또는 관념 때문입니다. 홍염이란 동양화에서 해와 달을 그릴 경우 직접 그리는 것이 아니라 해와 달 주변에 색을 칠해서 해와 달을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홍운탁월烘雲托月(구름으로 달을 드러낸다)'과 같은 뜻으로서 주위를 어둡게 색칠하여 달을 돋보이게 하는 방식 곧 다른 것을 빌려서 돋보이게 하고자 하는 대상을 한층 선명하게 표현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말해 주변을 통해 핵심에 도달하는 방법으로서, 대상을 직접 그리지 않지만 실제로는 대상을 더욱 부각시키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세상에서 말하는 '쓸모 있음'은 곧 '쓸모없음'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설파한 《장자》편을 회화적으로 반영한 느낌입니다. 발이 땅을 밟을 때는 밟는 범.. 더보기